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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반미를 팝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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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반미를 팝니다.

@Jay 2006. 8. 3.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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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볼때에는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아무 생각없이 극장을 찾는 편이 좋다. 요즘에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출발 비디오 여행이라는 제목과는 무관하게 개봉예정인 영화들의 결정적 장면들만을 모아서 보여줌으로써 영화를 보기 싫게 만드는 프로그램들은 물론이고, 이미 보고 온 사람, 혹은 관람한 사람들이 쓴 글들은 아직 보지 못한 사람에겐 치명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보통 화제가 되는 영화들은 더욱더 그런 정보들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괴물의 경우 단 한단어로써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었는데, 그것은 "반미"였다. 괴물이 등장하여 사람들을 먹어치우는 영화에 반미라니. 그것은 반미가 맞더라. 하지만 영화를 본 왠만한 성인이라면 알아챌 수 있을 만큼의 선명한 반미. 첫 장면에서 부터 등장하지 않던가. 미 8군 부대. 처음부터 선명히 드러나는 주제가 시종일관 불편하고 찜찜했다. 그리고 도처에 널린 상징들과 비유 그리고 PPL 들. 살인의 추억때와 마찬가지로 그것은 네티즌이나 사람들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하고 논쟁을 벌이기엔 충분해 보인다. 나 역시도 그러한 것을 즐기는 편이지만, 이번엔 뭔가 좀 불편했다. 조금더 깊숙히 감춰두었더라면 더 좋지않았을까. 영화는 마치 시험전에 어디서 문제를 출제할지 찍어주고 있는 선생을 보는 것 같았다. 영화를 보고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는 글과 감동을 받았다는 글을 읽었다. 무엇이 자랑스럽고 무엇이 감동스럽단 말인가. 누구는 영화에서 묘한 대리만족을 얻고, 누구는 영화에서 포장된 이슈를 본다.

하지만, 어쨌건 괴물은 웰메이드 영화이다. cg로 탄생한 괴물의 퀄리티는 생각보다도 훨씬 뛰어났고, 가격대비 성능이라는 면에서도 우수하다. 좋아하는 이병우씨의 음악도 영화와 잘 어울렸다. 무엇보다도 곳곳에 스며있는 블랙코메디와 내 생각을 빗나가는 스팟들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최고의 배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봉준호 감독은 참 똑똑한 사람이다. 묘하게도 겹쳐진 한반도와의 대결(이라고는 사실 할 수 없지만)구도도 참 재미있다. 아, 상영후에 올라가던 자막에 있던 피파부회장님을 비롯한 몇명의 국회의원 이름도 참 재미있더라. 훗.

모든 것이 소비의 대상이고 기호의 문제이다. 그것을 좋아하건 싫어하건 그것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는 데에 의의가 있을수도 있겠다. 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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