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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우리동네 미용실 이야기

@Jay 2008. 1. 6.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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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용실을 처음 갔던 때가 언제였을까. 정확히 기억은 나진 않는다. 내게 있어서 미용실은 묘한 욕망들이 교차하는 장소. 때가 되어 길어진 머리를 잘라내야만 하는 필요와 동시에, 외모와 첫인상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머리의 스타일을 멋스럽게 만들고 싶은 장소이다.

말그대로 중이 자기머리를 자를 수는 없기에 다른 이의 손에 나의 머리카락들을 맡긴 채 조용히 앉아 있어야 하는 곳. 보통은 거울앞에 앉아서 조용히 눈을 감는 편이고, 수시로 구체적인 주문을 하진 않는다. 또한, 단골이 아닌 경우에는 대화를 하는 걸 즐기지도 않는다. 삭둑삭둑 잘려가는 머리카락들과 변해가는 내 얼굴을 마주하기에 익숙하지 않아서 눈을 감고 있는걸지도.


2.
집근처 미용실 A. 아주 좋은 위치에 있는 건물의 2층에 자리잡고 있다. 허나, 미용실을 들어서는 순간 쟤는 왜 왔을까- 라는 표정으로 맞아주는 사람들. 음료와 잡지와 대기공간은 편리하고 자른 머리도 꽤 마음에 들었지만, 내가 손님인지 종업원인지 알 수 없는 대우는 정말 기분이 나빴다. 커트하러 오는 손님따윈 필요없으신가요. 더 이상 가지 않는 곳.

미용실 B. 미용실 A의 근처 1층에 위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조명으로 분위기는 좋았다. 하지만 덕분에 손님이 거의 항상 꽤나 많고 컨테이너 벨트위에 올려져 차례로 커트-샴푸-계산을 기계적으로 치루는 느낌이 들곤 했다. 이곳 역시 안녀엉.

현재 이용중인 미용실 C. A와 B와는 좀 멀리떨어진 유동인구가 그렇게 많지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처음 갔던 날, 요구했던 스타일이 아닌 다른 스타일을 기분나쁘지 않게 권했고 결과가 맘에 들었다. 위치에 비해 의외로 사람이 많은 곳. 단 한번 잘랐을 시점,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 날에 sms를 발송해주더라. 왠지 기특한 기분이 들었다. 작은 동네 미용실에서의 고객관리라니.


3.
살아가면서 가끔씩은 필수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미용실. 입점위치에 따라서 타케팅된 고객들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 고객층에 따라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그렇게 크게 다르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데 말이지. 매번 계산을 할 때마다 회원카드 있으시냐고 묻기만 하고 발급해줄 생각은 못하던 미용실A와 단 한번 이용한 고객에게 단돈 30원의 sms를 날려주는 미용실C의 차이는 왜 그리 크게 느껴지는 걸까. 회원카드를 만들어 달라고 하지 않았던 이유는 다음엔 다시 오지 않으리라고 마음먹었었기 때문이지만, 대안이 없어서 또 가곤했다, 사실. 큭.

- 고객은 사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른다. 이쁘게 멋있게 누구처럼- 이란 주문은 고객에겐 매우 쉽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에겐 매우 어렵다. 물론, 구체적이고 디테일하게 요구하는 고객도 존재한다.
- 한 서비스를 이탈하여 다른 서비스로 옮겨가는 이유는 사실 매우 사소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서비스 외적인 면에 기인할 수도 있다.
- 다음에 미용실에 가면 고객관리 시스템에 대해 넌지시 물어봐야겠다. 솔루션이 아마 있는 것 같단 말야.

일기에서 이런 틀에박힌 교훈들을 나열하다니, 뭔가 나답지 않은 기분. 미용실 A, B에 맺힌게 많았나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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