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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와 그의 부인과 그들의 아이. 본문

기억

한 남자와 그의 부인과 그들의 아이.

@Jay 2008. 8. 26.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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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류장에선가 부부로 보이는 남녀와 여자의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는 꼬마 여자애가 나의 앞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창가에는 아이가 그 옆에는 그의 엄마가 그리고 가장 안쪽엔 그의 아빠가. 어른 두명이 앉기에도 조금은 좁은 느낌의 지루하고 긴 노선의 흔들리는 시내버스 뒷자리의 2인용 좌석에 한가족이 앉아 있었다. 아이는 귀여웠지만 또래에 비해 너무나도 조용하고 얌전했다. 남편은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에 어깨에 긴 가방을 메고 있었고, 주섬주섬 가방을 뒤져 무언가 고지서인 듯한 걸 보면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눴다. 가벼운 추리닝 차림의 그녀는 종종 아이가 앉아 있는 창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아이의 머리를 쓸어주고 있었다.

햇살은 건조했고 음악은 부서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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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앞자리의 그들을 보았을 때, 아빠의 손에는 책이 들려 있었고 엄마는 말없이 아이의 볼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그들에게 오늘은 평범하디 평범해 기억조차 나지 않을 일상이었을까, 잊고 싶은 너무나도 특별한 날이었을까. 무심하게 책속에 얼굴은 묻은 그와 머리만 쓸어올리는 그녀와 차장에 비치던 예쁜 아이의 모습에 무언가 먹먹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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